Zag ~ Altai
2018년 6월 12일
그 아저씨 술은 깼으려나.
저는 갑니다요~
Khangai Mountains Traverse는 여기서 끊고 서쪽으로 빠진다.
그 루트는 다시 산맥 넘어서 동쪽으로 돌아가는데
나는 그럼 다시 이쪽으로 넘어와야 된다.
음, 그건 투머치인듯
그리고 서둘러야 해
나는 겨울이 오기 전에 파미르를 넘고 싶다.
내 몸과 장비는 추위에 약하다구.
근처에서는 말 두 마리가 뭐가 그리 좋은지 신나게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어디선가 다른 말 한마리가 뛰어왔다.
그리고 두마리에게 뭔가 말하는 듯 하더니 왔던 길로 돌아갔다.
그만 놀고 밥 먹으러 들어가라는 듯 했다.
2018년 6월 13일
계속 페달을 밟는다.
이 길이 맞나?
맞다네 젊은이!
종이 지도를 보면서 길을 물으니 친절하게 잘 알려주셨다.
울란바토르에서 종이 지도를 사오길 잘 했다.
잘 때 뱀 조심하라고도 하셨다.
원래는 아이가 내 사진을 찍어 싶어했다.
그래서 찍으라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스마트폰이 잘 작동하지 않는 듯 했다.
아이가 울상을 지었다.
괜찮아 네 사진 잘 나왔어.
그런데 연락처를 모르네.
이거 보거든 연락 바람.
너 말 타는거 완전 멋졌음!
지도에는 안 나오지만 뭔가 길이 있을 것 같아서
3번 물어봤다.
아까 아저씨들 한 번, 마을 주민 한 번, 그리고 운전하던 아저씨 한 번.
길이 Guulin으로 이어진단다.
그럼 가야지.
믿기 힘들지만 넓은 몽골 초원에서 캠핑을 하면 꼭 누군가가 온다.
아니면 누군가가 보인다.
차를 타고 지나가건 어떤 형태로든 간에.
이 날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평화로운 밤이었다.
2018년 6월 14일
날씨가 꾸리꾸리하구만.
이제부턴 GPS에도 길 표시가 없다.
길이 구불구불 어떤 계곡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오토바이를 탄 몽골인 둘을 만났는데, 물을 달라고 해서 줬다.
자… 오늘 저녁은 요리 불가능.
나도 물이 없어졌지만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안 줄수는 없지.
이 날은 모래바람이 좀 불어서
모래를 좀 맞았다.
길도 그냥 체력을 갉아먹는다.
Guulin 도착!
아저씨 한 분이 자전거 타보고 싶다고 해서 빌려드림.
한 가족이 몇 시간 후에 Altai로 간다고 태워준다고 했다.
너무 힘들었고, 풍경도 반복되는 것 같아 지쳤던 나는 고맙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동네 아이들과 놀았다.
학교 공부를 착실하게 하는 아이들인지 영어를 꽤 했다.
처음엔 배구를 하고 놀았는데 곧 천식 증상이 와서 그만둬야 했다.
아… 이제는 공놀이와는 바이바이구나.
나는 대략 한 시간 뒤에 차를 타고 Altai로 향했다.
주유하시길래 내가 기름값을 내려고 했지만, 한사코 거부하셨다.
그런데 Guulin에서 Altai까지 딱 석양이 지는 시간에 달렸는데
너무 이뻤다.
괜히 차 얻어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ㅋ
이 분들은 Altai 외곽에 사는 친척집에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냥 Altai 시내에 내려줘도 되는데 나를 데려가서 재워줬다.
2018년 6월 15일
아침에 온 가족이 양을 몰길래 나도 거들었다.
어린 양들은 따로 빼놓는다.
한 마리를 잡았다.
나는 옆에서 양이 분해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몽골에서는 도축할 때 피를 땅에 흘리지 않는 방식으로 한다.
양님께서는 이렇게나 훌륭한 양식이 되어 돌아오셨다.
맛은 피순대외 비슷하다.
사실 맛이 비슷한게 아니라 그냥 피순대다.
오늘 팔 양도 잡았다.
어린 양들이 헤어지기 싫은지 옆에 와서 앉아있다.
Altai에서 좀 쉬고 씻고 보급도 해야 했기에 일단 작별인사를 하고 Altai 시내로 들어갔다.
분명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는데 아무리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도 찾지 못했다.
끙… 결국 좀 비싼 호텔에서 하루 묶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