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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샨베 ~ 부하라

2018년 10월 11일 ~ 2018년 10월 26일

두샨베에서는 처리해야 되는 중요한 일이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받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받지 못해서 불행해졌다.

아직 아무 생각없이 행복하게 두샨베의 어느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중… ㅎㅎㅎ

이 도시에도 막 무슨 광장있고 동상있고 그런데, 여기가 더 좋다.

나한테 먼저 자기들 찍어달라고 한 분들은 처음이었다.

대충 두샨베에서의 일을 요약.

  1. 두샨베는 파미르로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지나온 사람들이 모두 모이게 되는 곳이다. 그리고 비자 문제로 오래 머물렀다보니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심지어 몽골에서 만났던 에두아르도도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앞에서 다시 만났다. 나중에 스페인에서 신세를 지게 되는

  2. 게스트하우스에서 큰 길가로 조금만 나가면 있던 Canteen을 자주 이용했다. 가격도 좋고 맛있었음.

  3. 여러 시장도 가고, 최근에 생긴 대형 마트에도 가보고, 여기저기 많이 걸어다녔다.

  4. 두샨베 투스크메니스탄 대사관은 똥이었다.

  5. 두샨베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에서 비자를 신청할 때에는 자필로 대사에게 편지를 써야 했다.

  6. 처음엔 나에게 3 영업일이 걸린다고 이야기했다.

  7. 재방문을 하자 다른 직원이 있었는데, 누가 3 영업일 걸린다고 했냐며 아니라고 했다. 다음에 오라고 했다.

  8. 재방문을 하자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9. 재방문을 하자 대사관 문이 닫혀 있었다.

  10. 재방문을 하자 대사관 문이 닫혀 있었다. 경비에게 물어보니 약 한 달 간 대사관 문 닫는다고 했다.

  11. 두샨베 투스크메니스탄 대사관은 똥이었다.

  12. 이게 주말까지 겹치면서 거의 2주간 두샨베에 체류하게 된 이유다.

  13.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알려주자면, 이 시기는 투르크메니스탄의 독립기념일이 겹치는 시기였으며 이 때에는 대사관이 문을 닫고 외국인의 입국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글 검색에서 투르크메니스탄 독립기념일을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나는 비자를 받으려고 시도했던 것이었다.

  14. 구글도 똥이다.

  15. 그런데 두샨베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은 이 사실을 왜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

  16. 두샨베 투스크메니스탄 대사관은 정말 똥이었다.

  17. 이 당시부터 인터넷으로 비자 신청하는게 도입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쪽으로 알아보는게 나을 것이다.

2018년 10월 27일

투르크메니스탄을 경유하는 육로가 막히면서 나는 카스피해를 건너야 했다.

두샨베에서 우즈베키스탄 국경은 금방이라 벌써 넘었다.

목화밭인데 이미 수확이 다 끝난 것 같다.

두샨베에서 너무 오래 시간을 보내서 발렌티나가 초조해했다.

발렌티나에게 배달할 물건은 아직도 나한테 있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금방 갈게요…

2018년 10월 28일

야간 라이딩해서 경우 들어왔던 숙소.

빨리 가려고 평평한 길을 택했더니 사람과 건물이 많아 캠핑할 곳이 없다.

아프가니스탄 사람과 한 방을 썼다.

날씨가 좋지 않고 모래 먼지가 가득함…

우즈베키스탄에는 한국에서 일하고 온 사람들이 많다.

왼쪽 아저씨가 예전에 한국에서 일했었다고 한 것 같음.

좀 늦은 점심을 먹게 됐는데,

어쩌다보니 식당에서 자게 됐다.

사장님이랑 술도 마시고(위 사진은 사장님 자제분)

주변 풍경도 구경하고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2018년 10월 29일

날씨 계속 이럼.

보이는게 없네.

지금이 날씨가 안 좋을 때란다.

잘 곳을 찾다가 어느 외딴 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 들어가서 누우려고 하는데,

그 옆 건물 직원들이 왔다.

어떤 거지가 버스정류장에서 이불을 깔고 있으니 뭔가 싶었던 걸까?

나를 반갑게 맞이해줬고, 자신들 숙소에서 자라고 했는데 내가 사양했다.

여기 제일 높으신 분도 오셨는데, 영어가 유창하셔서 통역도 해주셨다.

직원들 이름은 뭐고, 고향은 어디고, 그래서 휴일마다 거기까지 가느라 고생한다는 등등…

현지의 사람들과 이렇게 속시원하게 이야기하는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2018년 10월 30일

이렇게 잤습니다.

옆에 있던 건물은 뭔가 메탄 저장소? 였던걸까?

아침에 작별인사하면서 사진 한 장 더 찍었다.

두샨베에서 시간도 보낼 겸 만들었던 알코올 스토브.

타지키스탄에서나 우즈베키스탄에서나 알콜을 제대로 된 걸 구하지 못해서 써먹지는 못했다.

알코올은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데, 용기가 밀봉이 잘 되지 않는건지 품질이 천차만별이었다.

두샨베에서 2주간 쉬다가 갑자기 속력을 내려니 힘이 들었다.

게다가 우즈베키스탄 들어와서 하루 걸러서 야간라이딩이라니…

Guzar 초입에서 사람들애게 물어봤다.

“시내에 호텔이 있나요?”

있단다.

아싸 오늘은 거기서 좀 씻고 먹고 해야지.

그런데 이상했다. 호텔이 있어야 하는 곳에 왔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물어보니 조금 더 가라고 했다. 그래서 더 갔다. 그래도 안 보이길래 다시 물어봤더니 되돌아가란다. 그래서 되돌아 갔다. 이걸 몇 번 반복했더니 더 이상 나아갈 곳도 되돌아갈 곳도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이미 해가 져서 밤이 됐고, 비도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모여서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언쟁은 내가 그 때 그렇게 느낀 거고, 그냥 사람도 많고 차도 다니고 서로 잘 안들리니 크게 말한 것 같다) 내 짐작으로는 예전에 작은 모텔같은 곳이 있었는데 없어져 버린 것 같았다.

그 때 천사가 한 명 나타났는데, 나를 그냥 집으로 데려가서 재워줬다.

2018년 10월 31일

나를 재워준 사람과 그의 친구.

비도 오는데 같이 자전거를 타고 근처까지 나를 배웅해줬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싶어했는데, 방에는 그가 작업한 것들이 잔뜩 있었고 솜씨도 좋있다.

하고 싶었던 일 모두 잘 되기를 빕니다. 그리고 아들이 난데없이 수염 난 동양 거지를 데리고 왔음에도 따뜻하게 맞이해주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이 날은 비도 계속 오고 체력적인 한계를 느껴서 Qarshi에서 멈췄다.

2018년 11월 1일

문제의 밤.

이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텐트가 아니라 타프를 선택했는데, 실수였다.

새벽에 온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려가고 바람까지 들이쳐서 추위에 떨면서 자야했다.

2018년 11월 2일

아마 춥게 잔 게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무리하던 몸이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딫히게 된 계기라고 본다.

낮부터 오른쪽 무릎이 아파왔다.

바퀴에 펑크가 난 걸 고치고 나서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아, 오늘 안으로 Bukhara(부하라)에 들어가야 며칠 쉴 수 있을텐데.

아아… 또 야간 라이딩…

오른쪽 다리로는 거의 힘을 주지 않고, 왼 다리로만 페달을 돌렸다.

밤이 다 돼서 방이 있는지 알아보러 들어갔는데,

두샨베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완전히 우연이었다.

그리고 배달을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