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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불행

2018년 5월 6일

아침이 밝았다.

황사는 모두 사라져 있었고, 꽃가루가 휘날리고 있었다. 행복했다.

숙소 길 건너편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메뉴를 읽을 수가 없어서 아무거나 시켰다. 다른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아져씨가 내 음식을 가리키면서 술잔을 꺾는 시늉을 했다.

아마도 나는 아침부터 안주를 시켰던 것으로 보였다.

산 능선을 따라 성벽이 이어져 있었다. 만리장성의 일부일까?

많은 터널들을 지나야 했다. 이 날은 8~9개 정도 지났던 것 같다.

자전거 타고 터널 지나다니는거 처음인데 너무 가혹한 것 같다. 불행했다.

그래도 여긴 터널 안에 불이라도 켜주잖아

날씨가 좋다. 한국에서 챙겨온 라면을 생으로 먹었다.

방에 화장실이 없는 매우 오래된 숙소였다.

복도 양 끝에 세면대와 거울이 있었고, 근처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몇이 묶고 있었다.

숙박료가 굉장히 저렴했다. 행복했다.

하지만 뭔가 영업 같은 것을 당한 뒤에 비싼 저녁을 시키게 됐다. 불행했다.

하나가 이렇게 양이 많은 줄 았았다면 하나만 시켰을 것이다. 맛은 있었는데…

2018년 5월 7일

아침에 다시 출발.

날씨가 좋았다. 행복했다.

중국에서 외국인은 지정된 숙박시설에서만 머물 수 있다.

저렴해 보이는 숙소에 갔었는데, 외국인은 재울 수 없었나보다.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더니 따라오란다. 패달을 열심히 밟아서 쫓아갔다.

그렇게 나는 4성 호텔에서 자게 됐다. 불행했다.

2018년 5월 8일

오랜만에 좋은 곳에서 잤더니 상쾌하다.

돌을 실은 덤프 트럭이 많이 다닌다. 주변에 광산이 있나보다.

여행이 끝난 이 시점에서 되돌아 봤을 때, 중국의 트럭들이 자전거에 가장 친절했다.

다른 곳의 트럭기사들은 보통 슬쩍 비켜가는데, 중국의 트럭기사들은 그냥 반대쪽 차선으로 완전히 넘어가서 지나간다.

그리고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도 원래 차선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응??

산세가 멋지군.

낚시하는 사람도 보인다.

청더시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피서산장이라고 불리는 문화재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고양이가 더 좋은걸. 🐈

호스텔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자전거에 관심이 많다.

짐을 풀고 호스텔 주변을 돌아다녔다.

문화재 같은 것도 좋지만 나는 그냥 이런 보통의 것들을 보는 것이 더 좋다.

아직 여행 초반이라 그랬는지 체력이 넘친다.

여행 중반부터는 호스텔에 한 번 틀어박히면 나오지 않게 된다. ㅋㅋㅋㅋ

2018년 5월 9일

자전거와 여러 장비들을 점검했다.

아직 초반이라 별 문제는 없다.

또 돌아다닌다.

이때는 정말 체력이 남아 돌았나보다.

2018년 5월 10일

또?

또 황사?

불행했다.

그냥 계속 이런다.

2018년 5월 11일

비가 온다.

황사보다는 낫지.

맛있는 점심. 행복했다.

그런데 좀 남아서 포장해 달라고 했다. 저녁으로 먹어야지.

지도만 봐서는 캠핑할 자리가 있을 것 같았는데… 빈 공간이 없다.

불행했다.

2018년 5월 12일

굿모닝.

첫 번째 킴핑이다. 타프 이렇게 쳐 보는건 처음이라 에로사항이 좀 있었다.

사실 텐트가 없다

아침에 일찍 짐을 쌌다. 다행히 아주머니들이 밭일을 하러 몰려오시기 직전에 출발할 수 있었다.

그래도 천식이 이제 거의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행복했다.

첫 어워. 내몽골에 진입했다는게 느껴진다.

뭔가 국립공원 같은 곳의 입구.

근데 그냥 넓고 숲만 있다.

버려진 놀이동산이 있다.

아무도 없는 놀이 동산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사실 구글맵에서 이 호수 사진을 보고 온 건데 포샵에 속은 것 같다. 불행했다.

이 나무가 더 멋지네.

들판에 소들이 돌아다니는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웬 사람들이 길막하고 통행료를 징수하려길래 무슨 소리냐는 시늉을 했다.

정문에서도 제복 입은 아저씨가 그냥 들어가라고 했는데, 주변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통행세를 요구한다.

안 내고 버티니까 그냥 보내줬다.

다시 비가 온다. 아침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몸이 차갑고 덜덜 떨린다.

나를 살려준 이름 모를 음식.

마을의 모든 곳이 공사 중인데, 이곳만 영업하고 있었다.

여행하면서 밥 먹고 울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게 그 첫번째였다.

이 음식을 계기로 나는 고수를 매우 좋아하게 됐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