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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패킹] Tian Shan Traverse, Kyrgyzstan (Part 2)

2018년 8월 19일

나린 출발.

비포장 도로 구간이 있지만 이 날은 그냥 포장 도로로 계속 달렸다.

반대편에서 오던 친구들.

같이 점심을 먹었다.

포장도로만 타서 그런지

좀 심심한 것.

캠핑 오디서 하지…

2018년 8월 20일

Tash Rabat.

어째서 이런 뜬금없는 곳에 지었을까 하는 논쟁이 남아있는 곳이다.

현재로서는 실크로드를 따라 이동하던 상인들이 머물다 가던 곳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

그렇다기엔 좀 구석진 곳이란다.

더 나은 곳도 많은데.

그래서 여기는 모다! 라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래, 유적은 이렇게 좀 오래된 느낌이 있어야지.

Tash Rabat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크고 아름다운 바위들이 있다.

자, 그럼 계속 갈 길 가볼까.

여기 오토바이로 다녔나?

바퀴 자국이 너무 깊게 패여져 있어서 오히려 라이딩 불가능…

풀밭으로 달리려니 힘들다.

이 날 저녁은 어느 집에서 신세를 졌다.

집이라기 보다는 그분도 잠깐씩 자고 가는 그런 곳인 것 같았는데,

왜냐하면 이불을 꽤 오래 쓰지 않았는지 습기를 한껏 머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다가 몇 번 깼었는데, 마치 물 속에서 잠든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참, 이 풍경 뒤에 Bikepacking에 올라온 GPS 경로가 부정확하다. (혹은 있던 길이 사라졌다.)

알아서 살아남으시길.

운 없으면 고생을 좀 한다. 나처럼

2018년 8월 21일

가다가 어떤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다.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 버렸다.

뭐지? 싶었는데 자전거 경주 중이었다. ㅋㅋㅋ

Silk Road Mountain Race

실크로드 마운틴 레이스.

코스는 매년 바뀐다.

이 때에는 내 코스 보다 좀 더 길지만 많이 겹치던데, 이걸 2주 안에 주파해야 했다.

방금 그 분이 1위. 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전해 들은 바로는 그대로 1등으로 골인했다고 한다.

뒤따라오던 참가자들 몇 명과는 이야기 할 수 있었는데,

하루에 4시간만 자고 계속 달리기만 한단다.

밥도 자전거 위에서 먹고 그런다던데,

나처럼 게으른 라이더는 절대 불가.

이 분들은 자신의 한계와 계속 싸우고 있기 때문에

가끔은 신경이 곤두서 있는 사람도 있다.

만나면 그냥 모르는 척 해주자.

이쪽으로 넘어왔더니 좀 사막 같은 풍경이다.

Baetov 가서 띵가띵가해야지.

2018년 8월 22일

간밤에 실크 로드 마운틴 레이스 경주자 4명이 들어왔다.

진짜 샤워 좀 하고 침대에서 원기 보충을 해야겠단다.

후다닥 씻고 휘리릭 침대로 가서 눕더니 내가 잠든 새벽에 이미 떠났다.

나는 Baetov에서 이것 저것 먹으면서 슈퍼에서 식재료 탐방도 하고 멍 때리고 시간을 보냈다.

2018년 8월 23일

나도 휘리릭 하고 싶은데

너무나 게으른 것.

난 경치나 즐기면서 설렁설렁 가야지.

중간에 호주에서 온 커플을 만났는데,

역시나 앞질러 감.

Moldo 고개를 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그 직전에 캠핑을 했다.

그리고 저녁 요리 실패.

맛없엉…

2018년 8월 24일

간밤에 그 맛없는 저녁을 먹고 자리에 누웠다.

해는 거의 다 져서 어둑어둑했다.

그런데 밖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어린 여자애랑 할머니 목소리.

“할머니, 누가 여기서 캠핑해요!”

“쉿, 주무시잖아. 조용히 지나가자.”

대충 이런 뉘앙스의 대화였다.

아… 가끔 캠핑을 하다 보면 그 장소가 하필 주변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이거나 생활권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엔 나가서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나도 그런 생각에 텐트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 이상하네

뭐, 일단 Moldo 고개 올라가야지.

생각했던 것보다 쉬움.

어제 헤어졌던 호주 커플도 다시 만났다.

나보다 조금 일찍 정상에 도착해서 쉬고 있었다.

가운데 친구는 반대쪽에서 올라오던 친구.

송쿨까지 함께 달린다.

송쿨의 날씨는 굉장히 변화무쌍했는데,

맑음, 흐림, 비, 우박, 돌풍 등등을 번갈아가며 풀세트로 체험할 수 있었다.

호주 커플은 송쿨에서 하룻밤 잔다고 하고, 나는 그대로 고고씽.

송쿨 그냥 넓기만 하고 날씨도 구리고 몽골에서 이미 이런거 많이 봤고

빠르게 내려가는 선택을 해 봅니다.

2018년 8월 25일

다시 낮은 고도로 내려옴.

메뚜기 넘 많음. ㅠㅠ

넘 더움. ㅠㅠ

한 번 더 게을러져 본다.

민박집 같은 곳.

애기들이 있고, 집 주인도 만삭이다.

지금쯤이면 아장아장 걷고 있으려나.

2018년 8월 26일

뭐 좀 구경하려고 나갔는데 일요일이라 한적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밥만 먹고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어떤 이상한 할아버지가 와서 자꾸 시비를 걸었다.

윽… 도망가야지…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따라오면서 주먹으로 어깨를 자꾸 친다.

민박집으로 도망가면 돌아갈 줄 알았는데 마당까지 쫓아오네?

뭐지 이 할아버지…

나는 만삭인 여주인을 불러서 좀 도와달라는 표정을 짓는다.

여주인이 “여보! 좀 나와봐.” 한다.

남편이 나온다.

할아버지랑 몇 마디 나누더니 주먹으로 가슴팍을 팍!

한 번 밀치고 주먹으로 한 번 더 퍽!

그리고는 멱살을 잡고 끌고가서 마당 밖으로 던져버렸다.

여주인이 나한테 말했다.

“It’s okay.”

나를 구해준 민박집 부부에게 감사를.

2018년 8월 27일

다시 출발.

사실 어제 머물렀던 마을이 보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포인트다. (아마도?)

그래서 짐이 한가득.

여기 Kyzyl-Oi에도 슈퍼가 있는데 좀 작음.

점심으로 빵에 마요네즈를 발라먹는 클라스…

이 계곡으로도 키르기스스탄 사람들 놀러 많이 오는 것 같았다.

물소리를 들으며 캠핑.

2018년 8월 28일

오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가늠이 안 되네.

반대쪽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이탈리아인을 만났다.

서로 정보를 교환했다.

Karakol 고개 직전에 있는 게르에 초대를 받았다.

말도 태워줬다.

이 친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말을 타는 모습을 멋지게 보여줬다.

새끼 강아지가 쉴새없이 큰 놈에게 덤비고 큰 놈은 받아주느라 피곤해했다. ㅋㅋㅋ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된다.

2018년 8월 29일

출근하는 양들.

말이 일 하기 싫었는지 고삐가 풀리자마자 여기저기로 도망다니며 파업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말을 잡으러 뛰어다녔다.

그 광경을 뒤로하고 나는 Karakol 고개를 넘었다.

그리고 이 루트의 마지막 고개

Kegety 고개가 보인다.

실크로드 마운틴 레이스는 이 고개가 첫 번째 고개였다던데 (나와는 반대방향으로)

여기서 기권자가 엄청 나왔다고 한다.

반대 방향에서 오면 바로 3,000m 업힐에 지금 여기가 다운힐이 된다.

아주 어렵다기 보다는 2주 안에 완주하는게 힘들 것 같다는 각이 이미 나오는거지…

그렇지 않아도 고개 올라오기 직전에 반대쪽에서 온 친구를 만났었다.

페니어 앞 뒤로 모두 달고 있는 전형적인 투어링 바이크 세팅이었는데 무사히 넘었다.

고개 반대편은 구름이 낀 듯 하다.

거의 다 와 간다.

뒤를 돌아 내가 온 길도 한 번 보고

고개 정상!

카메라를 세팅하는 꾸밈없는 날 것 그대로의 사진.

약간 폼 잡은 사진.

반대쪽도 경치가 좋다던데 구름이 껴서 보이지 않는다.

내려가자!

구름 아래로 내려오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최대한 고도 낮추고 자야지.

이 때 선택을 잘못했다.

다음날 날씨 좋았는데…

위에서 캠핑했으면 경치를 볼 수 있었을거다.

2018년 8월 30일

좀 경사진 데에서 캠핑을 해서 그런가 컨디션이 별로군.

스토브 연료가 다 떨어졌지만 오늘 비슈케크에 들어갈테니 문제 없겠지?

기분 좋은 내리막이 계속된다.

교통체증.

말들이 놀래서 흩어지면 안되니 좁은 길에서는 추월을 못 했…

산을 다 내려왔다.

이제 비슈케크로 향한다.

점심을 굶었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이전에 만났던 호주 커플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2018년 8월 31일 ~ 2018년 9월 7일

꽤 오랫동안 쉬었다.

하지만 파미르를 눈 오기 전에 넘으려면 더 쉴 수는 없지.

뭔가 겨울 장비를 보충할까싶어 바자르에 갔는데 좀 늦었다.

파장이네.

다시 짐을 싼다.